2010년에 나는 부산영화제 스태프로 일을 했었다. 놀며 쉬며 \'그런 일도 한 번 해 볼까?\' 식은 아니었고, 분명한 이직이었다. 화창한 봄날을, 하루는 울고 하루는 불며 보내다 끝내 결심했다. 영화를 그만하자고. 부모님께도, 은사님들께도 말씀드렸다. 영화 만드는 일을 더는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흔한 얘기지만, 버티기가 힘들었다. 패배자가 되어 청춘이 끝장난다는 게 두려웠고, 십 년 동안 간이고 쓸개고 다 내주며 애정을 갈구해도 콧대 높게 눈길 한 번 안 주는 영화가, 그냥 너무, 미웠다. 널 사랑하느라 내가 행복하지 않은데